옛날과 지금/후드

2024. 11. 1. 07:14시 읽고 쓰는 기쁨

☞ 20241030 만경강 갈대숲에서

ㅡ 흐르는 강물처럼 고요한 하루하루가 되길 빌며...

 

옛날과 지금 / 후드

나는 생각한다, 내가 태어난

그 집을 생각하노니

아침이 되면 햇살이

살짝 엿보던 작은 창

그 윙크는 너무  빠르지도 않았고

또한 너무 길었던 적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는 밤의 숨결을

멈추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곤 한다

 

나는 생각한다, 붉은 색과 흰 색의

그 장미를 생각하노니

그리고 제비꽃과 백합화

빛으로 빚어진 그 꽃들을 생각한다

로빈 새 둥지 짓는 라일락 떨기 속

내 동생이 제 생일에

금련화 심은 그곳을 생각하노니

그 나무는 지금도 남아있다

 

나는 생각한다, 언제나 그네 뛰던

그곳을 생각하노니

그네 뛰며 나는 늘 하늘을 나는 제비도

이처럼 시원한 바람을 느끼리라 생각했다

그 시절 내 마음은 가벼웠으나

지금의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여

여름날의 풀장도 나의 흥분을

깨우쳐 줄 수는 없다

 

나는 생각한다, 검고 높다란

전나무를 생각하노니

그 가느다란 가지는 하늘 끝까지

뻗었으리라고 항상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철없는 어린아이의 생각이었으나

지금에는 기쁨이란 거의 없나니

아이였던 때보다 천국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출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詩 111선/김경훈 엮음/푸르름,2010》

 

☞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

나도 옛날을 회상하며 사는 나이가 되었다.

가을날, 억새풀이 하느적 거리는 강물 앞에서 이 시를 생각하노니

어쩌면 지난 날들을 이렇게도 멋지게도 회상하며 승화시켰는지

그 여유에 그저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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