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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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노을 / 황동규
☞ 20260515 장항 백사장 갯벌에서 진한 노을 / 황동규태안 앞 바다를 꽉 채운 노을진하고 진하다.몸 놀리고 싶어 하는 섬들과 일렁이려는 바다를지그시 누르고 있다.진하다.배 한 척 검은 색으로 지나가고물새 몇 펄럭이며 흰색으로 빠져나온다.노을의 절창생애의 마지막 화면 가득 노을을 칠하던 마크 로스코가이제 더 할 게 없어 붓 던지고손목 동맥에 면도날 올려놓은 순간이다.잠깐, 아직 손목 긋지 마시게.그 화면 속엔 내 노을도 들어 있네.이제 더 할 말 없어! 붓 꺾으려는 나의 마음몇 번이고 고쳐먹게 한 진한 노을이네. -황동규 님의 시 진한 노을>의 전문입니다. 어쩌면 상실감에 젖기 쉬운 노년의 삶에 한 줄기 빛을 던져주는 희망의 시로 읽혀집니다. ”그 화면 속에 내 노을도 들어 있네.”
2026.05.16 -
저녁 범종소리 / 김선태
☞20260416 꽃은 피고 지고 새 봄은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ㅡ진안 마이산 산야초공원에서 저녁 범종소리 - 김 선 태 울리다, 적시다, 덮어주다, 쓰다듬다, 재우다 같은 동사를 앞세우며 간다. 낮다, 길다, 무겁다, 둥글다, 느리다, 너그럽다 같은 형용사들이 뒤따라간다. 희, 노, 애, 락, 오, 욕으로 소용돌이치는 명사들도 끌어안고 간다. 지이잉-징 기일게 울다가 터어엉-텅 속을 비우며 간다. 저 소리 속에는, 묵묵히 쟁기를 끄는 소가 있고, 못난 자식의 가슴을 쓸어주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이 있고, 차안과 피안의 경계를 지우는 평등한 강물이 있고, 온갖 번뇌를 잠재우는 고요의 이부자리가 있고, 무엇보다 모든 것을 껴안..
2026.04.18 -
소금 / 이건청
☞20260414 새 봄 연초록색으로 단장해 가는 숲 속의 생기 ㅡ 선운사 부도전 근처에서 소 금 / 이 건 청 폭양 아래서 마르고 말라, 딱딱한 소금이 되고 싶던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 쓰고 짠 것이 되어 마대자루에 담기고 싶던 때가 있었다. 한 손 고등어 뱃속에 염장 질러 저물녘 노을 비낀 산굽이를 따라가고 싶던 때도 있었다. 형형한 두 개 눈동자로 남아 상한 날들 위에 뿌려지고 싶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이 딱딱한 결정을 버리고 싶다. 해안가 함초 숲을 지나, 유인도 무인도를 모두 버리고, 다시 물이 되어 출렁이고 싶다. ☞ 이건청 님의 시 의 전문입니다. 소금이 이제는 다시 물이 되어 출령이고 싶다고 한다. 삶의 짐이 되었던 모든 역할과 꿈이 이루어졌다는 ..
2026.04.15 -
난 / 장현숙
☞ 20260405 긴기니아 난꽃 ㅡ 집 베란다에서 키운 것인데, 晩時之歎!10여년 만에 고운 향기를 품어낸다. 너무나 향그롭다, 거실 안까지 가득! 난 / 장현숙 고개 한번 숙이지 않는 날들이었는데무릎 한번 꺾지 않는 날들이었는데 마른 잎 뒹구는 숲을 건너왔는지붉은 사막의 한가운데를 맨발로 걸어왔는지낯빛이 누렇게 변해간다신경세포도 고름이 맺혔을 것이다부속품 갈아 끼우듯새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하지만 정든 것만 하겠는가메스를 들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마지막 하는 것이 수술 아니던가노란 링거 주머니 달아주고날마다 손도 닦아주고입술이 마르지 않게 물도 주었다제법 푸른 기운이 도는 듯 하더니검은 낯빛으로 성큼성큼사해를 건너가는 것이 보인다밤마다 위액 같은 비명을 토했을 것인데깊은..
2026.04.11 -
발전에는 일직선으로 가는 길이 없다.
☞ 20260320 노루귀꽃 ㅡ 완주군 화암사 가는 길목에서 발전에는 일직선을 가는 길이 없다 / 버락 오바마 발전은 늘 앞으로만 나아가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굽이치고 되돌아가며 진행된다. 멈춘 듯한 구간도, 후퇴처럼 느껴지는 시기도 버ㅕ변화의 일부로 포함된다. 겉으로 보이는 속도가 느려졌다고 해서 성장이 멈춘 것은 아니다. 직선으로 가야 한다는생각은 성장을 앞당기기보다 좌절을 앞당기기 쉽다. 중요한 것은 속력을 앞세우기보다 방향을 잡는 일이며, 완벽한계획을 고수하기보다 계속 조정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를 갖추는것이다. 시행학오는 길을 찾는 과정에서 남는 흔적이다. 그 흔적은실패의 기록이라는 틀을 벗어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온 몸으로 배운 결과라는 진실을 담고 있다. 흔들림 없는..
2026.03.23 -
그게 뭔데 / 황동규
☞ 20260304 매화 ㅡ 전주 인후공원에서 그게 뭔데 / 황동규 새로 만든 봉분에눈 희끗희끗 앉다 말다 하는 곳에 그대를 남겨두고머뭇머뭇대다 돌아가는 길,아직 발에 땅이 제대로 닿는군. 왠지 모르게 자꾸 뒤로 물러서려는 능선과 능선 사이에해가 못 박힌 듯 떠 있을 때더 가꿀 무슨 추억이 있다고생각에서 뭔가 더하고 뺄 수 있을까?긴한 약속 잊었다 떠오른 사람처럼바람결에 여기저기 눈이 벗겨지는 논두덩을 문지르듯 걸어버스 서다 말다 하는 정거장으로 곧장 갈 수 있을까?생각의 빈칸처럼 들판이 나타나고지나치려던 버스가 마음먹은 듯 선다.가야 할 곳 세상 어디엔가 박혀 있겠지.차가운 버스 유리창에 입김 후 불었다가 손으로 지우며혼잣말로, 이제 삶의 비밀은삶의 비밀이 없다는 것이다, 라고 타이르듯 속삭인다.마음이..
2026.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