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노을 / 황동규

2026. 5. 16. 11:47시 읽고 쓰는 기쁨

 

☞ 20260515 장항 백사장 갯벌에서

 

진한 노을 / 황동규

태안 앞 바다를 꽉 채운 노을

진하고 진하다.

몸 놀리고 싶어 하는 섬들과 일렁이려는 바다를

지그시 누르고 있다.

진하다.

배 한 척 검은 색으로 지나가고

물새 몇 펄럭이며 흰색으로 빠져나온다.

노을의 절창

생애의 마지막 화면 가득 노을을 칠하던 마크 로스코가

이제 더 할 게 없어 붓 던지고

손목 동맥에 면도날 올려놓은 순간이다.

잠깐, 아직 손목 긋지 마시게.

그 화면 속엔 내 노을도 들어 있네.

이제 더 할 말 없어! 붓 꺾으려는 나의 마음

몇 번이고 고쳐먹게 한 진한 노을이네.

 

 -황동규 님의 시 <진한 노을>의 전문입니다. 어쩌면 상실감에 젖기 쉬운 노년의 삶에 한 줄기 빛을 던져주는 희망의 시로 읽혀집니다. ”그 화면 속에 내 노을도 들어 있네.”

'시 읽고 쓰는 기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저녁 범종소리 / 김선태  (2) 2026.04.18
소금 / 이건청  (2) 2026.04.15
난 / 장현숙  (0) 2026.04.11
그게 뭔데 / 황동규  (0) 2026.03.04
노을 / 조태일  (2) 2026.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