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범종소리 / 김선태
2026. 4. 18. 00:22ㆍ시 읽고 쓰는 기쁨
☞20260416 꽃은 피고 지고 새 봄은 화려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ㅡ진안 마이산 산야초공원에서

저녁 범종소리
- 김 선 태
울리다, 적시다, 덮어주다, 쓰다듬다, 재우다 같은 동사를 앞세우며 간다.
낮다, 길다, 무겁다, 둥글다, 느리다, 너그럽다 같은 형용사들이 뒤따라간다.
희, 노, 애, 락, 오, 욕으로 소용돌이치는 명사들도 끌어안고 간다.
지이잉-징 기일게 울다가 터어엉-텅 속을 비우며 간다.
저 소리 속에는,
묵묵히 쟁기를 끄는 소가 있고, 못난 자식의 가슴을 쓸어주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이 있고, 차안과 피안의 경계를 지우는 평등한 강물이 있고, 온갖 번뇌를 잠재우는 고요의 이부자리가 있고, 무엇보다 모든 것을 껴안는 품이 있다.
오늘도 만물의 귀소를 알리며
고단한 영혼들을 불러들이는 낮고 부드러운 음성 하나
긴 꼬리를 늘어뜨리며 저녁 들판을 기어간다.
☞ 김선태 님의 시 <저녁 범종소리>의 전문이다.
범종소리가 이렇게 심오한지 지금까지도 깨닫지 못했다.
우리가 겪는 모든 생노병사의 四苦의 고통과 해소를 품은 소리인지 몰랐다.
"오늘도 만물의 귀소를 알리며 / 고단한 영혼들을 불러들이는 낮고 부드러운 음성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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