賞春曲

2025. 2. 28. 08:26시 읽고 쓰는 기쁨

☞ 20250223 봄마중 꽃, 복수초ㅡ 눈 오는 날 변산반도 내소사에서

 

상춘곡賞春曲 / 정극인

 

속세에 묻힌 분들, 이내 생애 어떠한가.

옛사람 풍류에 미칠까 못 미칠까.

이 세상 남자 몸이 나만 한 이 많건마는

자연에 산다고 즐거움을 모르겠는가.

초가집 몇 칸을 푸른 시내  앞에 두고

송죽(松竹) 울창한 곳에 자연의 주인 되었구나.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 살구꽃은 석양에 피어나고

푸른 버들, 향긋한 풀은 가랑비에 푸르도다.

칼로 재단했는가, 붓으로 그려 냈는가.

조물주의 솜씨가 사물마다 신비롭구나.

수풀에 우는 새는 봄 흥취에 겨워

소리마다 교태로다.

물아일체이니 흥이야 다를쏘냐.

사립문 주변을 걸어 보고 정자에도 앉아 보고

산보하며 읊조리니 산중 생활 적적한데,

한가함 속 즐거움을 알 이 없어 혼자로다.

이봐, 이웃들아, 산수 구경 가자꾸나.

답청(踏靑)은 오늘하고 욕기(浴沂)는 내일하세.

아침에 나물 캐고 저녁에 낚시하세.

갓 익은 술을 갈건으로 걸러 놓고

꽃나무 가지 꺾어 잔 수 세며 먹으리라.

화창한 바람이 살짝 불어 푸른 시내 건너오니

맑은 향은 잔에 지고 붉은 꽃잎은 옷에 지네.

술독이 비었거늘 나에게 아뢰어라.

아이더러 술집에서 술 받아 오라 하여

어른은 막대 잡고 아이는 술을 메고

흥얼대며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맑은 모래 깨끗한 물에 잔 씻어 부어 들고

맑은 물 굽어보니 복숭아꽃 떠오는구나.

무릉도원 가깝도다, 저 들이 그곳인가.

솔숲 오솔길에 진달래 부여잡고

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 보니

수많은 집들이 곳곳에 벌여 있네.

연하일휘(煙霞日輝)는 비단을 펼친 듯,

엊그제 검던 들이 봄빛도 넘치는도다.

공명(功名)도 날 꺼리고 부귀도 날 꺼리니

청풍명월(淸風明月)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단표 누항(簞瓢陋巷)에 헛된 생각 아니 하네.

아무튼, 한평생 삶이 이만한들 어떠하리.

 

《출처: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오연경 이종은 엮음/창비,2020》

 

☞ 자연과 벗하며 사는 安貧樂道의 삶,

나이 들어 이보다 더 나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나이 들고 보니, 고교시절에는 그리 실감하지 못했던

우리 조상님들의 맑고 드높은 정신 세계가 새삼 존경스럽다.

ㅡ25년 봄이 오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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