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수수밭/ 천양희
2025. 12. 21. 00:00ㆍ시 읽고 쓰는 기쁨
☞ 고군산 열도 대장봉에서 바라 본 선유도 길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 잎 몇 장 더 얹어 뒤란
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 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어다본다
세상을 내려 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출처: 애송시 100편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2/ 문태준 해설/ 잠산 그림/민음사, 2008》
☞ 시인은 마음이 수수밭일 때, 머위 잎 몇 장 얹어 천불산에 오르는 모양이다.그래서 내 맘의 편안을 찾는다니... 어디 그 길 뿐이겠는가. 가까이는 물소리 도란도란 속삭이는 천변길도 있고, 아득히 파도소리 고운 바닷길도 그만일 것이다. 우리 마음이 수수밭일 때 함께 걸어보면 어떠리. 둥글게 둥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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