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지운다/허형만

2023. 10. 17. 09:15시 읽고 쓰는 기쁨

   이름을 지운다 / 허 경 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 대로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보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

 

♣ 새로 저장되는 이름보다

지워지는 이름들이 많은 나이고 보니

슬픔과 긴장보다는 숙연해지는 나날이 ....

 

  《출처: 장경렬 비평집, 즐거운 시 읽기/문학수첩, 2014》

 

☞20231016 축제가 끝난 정읍 구절초공원에서

☞ 임실 운암면사무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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