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2023. 5. 19. 07:12독서노트

  이 소설의 첫 페이지 첫 문장의 전개부터가 심상치 않다. 
  서두를 무거운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으로 장식하고 있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한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 p9

 

  영원한 회귀란 einmal ist keinmal. 즉 인생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에 불과하고,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허무하고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민은 시작된다.
  도대체 어떻게 삶을 살라는 것일까?


  여기에 다수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삶과 사랑에 대하여 다루면서
  어떤 것이 무거운 삶이며 어떤 것이 가벼운 삶인가를 서술하고 있다.
  아마도 무거움이란 본인보다는 타인과 세속, 관습 등 키치에 얽매여 자기보다는

타인을 의식하고 사는 삶을, 가벼움이란 자기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살되 타인의 삶에는

방관과 무관심한 태도로 사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으로써 저자는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의 가치판단보다는

종국적으로는 인간의 삶이란 모든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니체의 회귀 사상을 통해 강조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어쩌면

인간의 삶에 대하여 실망과 원망스러운 제목을 붙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3년 전에 독서 모임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아직도 이 소설이 주는 메시지는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인간이란 어쩔 수 없이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의 아이러니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숙명적인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뿐이다.

  결론적으로 작가와 니체의 메시지는 이런 것이 아닐까?
삶과 죽음에 굴복하지 말고, 그 극단적 운명에 저항하며 

‘오늘 지금’에 충실하게 신처럼 철인처럼 살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하지 않다. 한 번이면 그것으로 영원히 끝이다. 유럽 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역사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보헤미아 역사와 유럽 역사는 인류의 치명적 체험 부재가 그려 낸 두 밑그림이다.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p364

 

☞석양은 아름답다, 그러나 곧 어두움이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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